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와인 어드바이저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매하는 사람보다 판매하는 사람이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더구나 5년 간 소믈리에 대회를 준비하며 나도 모르게 지식을 쌓는데 치중하기도 했다.
늘 우리 매장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며 구매하는 고객이 있었는데, 어느 날 본인이 직접 느꼈던 맛과 향들, 경험을 이야기하며 내가 이론적으로 잡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얘기해 주셨다. 나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해 주고, 더욱 더 노력하게 만들어주는 이런 분이야말로 그 어떤 ‘큰 손 고객’보다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
요즘 가장 추천하는 와인 TOP 3
[ 샹파뉴 루이 뒤몽 ]
“비싸게만 느껴졌던 샴페인에서도 ‘가성비’를 찾을 수 있는 상품이다.
샴페인이라는 거대한 성벽이 친근한 돌담처럼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 흐무와스네 샤블리 ]
“겨울에 가장 많이 먹는 술안주가 굴인데, 이 와인의 짭짤한 풍미와 화사한 산미는 굴과 곁들여 마시기 제격이다.”
[ 샤또 라 끌루즈리 뒤 그랑 뿌죠 1985 ]
“구하기도 힘든 올드 빈티지 와인을 심지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와인앤모어의 가장 큰 매력.
30년이 넘는 세월의 풍미를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
마지막으로, 신세계 L&B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우문에, 그는 “판매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상품 포트폴리오 그리고 말도 안되게 좋은 가격”이라는 현답으로 당차게 응수했다.
근무하고 있는 와인앤모어 센터점만 해도 가성비 좋은 와인들이 너무 많아 한두 병씩 사다 보니 때로는 “월급을 회사로 반납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면서도, “어떤 좋은 와인이 또 우리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추가될까”라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고.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마주한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그의 뛰어난 기억력과 이 에너지야말로 와인 어드바이저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소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