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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갱스터, 장 프랑수아 끌루에

PEOPLE_신세계엘앤비가 만난 사람들

 

샴페인 갱스터, 장 프랑수아 끌루에

 

 


 


장 프랑수아 끌루에

Jean-Francois Clouet, 샴페인 와이너리 앙드레 끌루에의 오너 와인메이커

 

 

 

 

무려 1741년부터 대대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던 집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어받았다. 여기까지는 프랑스 와이너리들의 오너들이 스스로를 소개할 때 흔히 듣던 스토리다. 

 

 

 

장 프랑수아 끌루에에게는 일부러 찾지 않아도 저절로 발산되는 매력과 개성이 흘러 넘친다. 소년처럼 순수하게 웃다가도 와인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쯤엔 갑판의 선두에 서서 지휘하는 커다란 배의 선장처럼 명확하고 거침이 없으며 듣는 이에게 확신을 주는 말들을 쏟아낸다. 프랑스인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을 가진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샴페인 갱스터.

 

 

 

어린 시절, 장 프랑수아의 아버지는 자식들의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샴페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가문의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당시 농부는 멸칭에 가까웠다.

 

 

 

학교에서 늘상 농부 집안의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우리에겐 끌루에라는 이름이 있고 무엇보다 훌륭한 피노누아 밭을 갖고 있다던 어머니의 따뜻한 위로를 그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그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마다 들려준다.

 

 

 

실제로 샴페인 지역의 많은 가문들이 더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 대도시로 떠났거나 금융기업에 지분을 넘겼으며, 많은 와이너리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인이 수 차례 바뀌기도 했다.

 

 

 

렝스 축구단의 선수가 되기를 꿈꿨던 소년은 어른이 된 후 자신만의 명확한 방향을 드러낸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는 재배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피노누아 품종을 선택했다. 집안 소유의 피노누아 밭이 이미 최고의 생산지인 부지(Bouzy) 그랑 크뤼 구획에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순수한 풍미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던 그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피노누아 100% 샴페인을 제대로 만드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속내도 함께 털어놓았다.

 

 

 

피노누아 100%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김에, 그는 당도 없는 샴페인의 길을 가기로 했다.

 

 

 

장 프랑소아가 만든 와인 중 가장 히트작은 단연 브륏 나뛰르 실버. 도자쥬 0%의 당도 없는 순수한 맛, 깔끔한 풍미는 세계 각국의 많은 애호가들을 열광케 했다.


 

앙드레 끌루에 브륏 나뛰르 실버

 

 

 

 

 

그는 와인을 만든다는 것은 뛰어난 건축물을 짓는 예술가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포도밭이 보낸 시간들과 에너지에 비교하면 내 인생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가령, 샴페인 지역의 지난 100년을 큰 덩어리로 돌아보면 빼어난 빈티지들이 두세 개 존재하는데, 그의 30여 년 와인 인생에서는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할 수준이다. 위대한 건축물은 영원히 남겠지만, 그것을 만든 예술가 스스로가 건축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부터 백 년을 더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그는 또 한번 소년처럼 웃었다.

 

 

 

 



앙드레끌루에 드림빈티지 시리즈


 

 

최근에는 피노누아 100%의 완벽한 샴페인에 대한 열망을 잠시 내려놓고, 샤르도네 100%로 양조한 드림 빈티지시리즈를 만들었다.

 

 

 

빈티지 샴페인을 마신다는 건 마치 한 권의 소설책을 읽는 것과 같다.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전체적인 스토리를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며, 다음 장에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빈티지 샴페인은 전문가들만의 전유물도 아니고,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귀한 와인이 아니다. 전문교육을 받은 소믈리에가 아니더라도 샴페인이 숙성되며 달라지는 면모를 누구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책의 첫 페이지처럼 빈티지 샴페인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이 되길 기대한다.”

 

 

 

샴페인 외에 그가 가장 열광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동차다.

 

 

 

이번 드림 빈티지 시리즈 역시 1950년대 미국의 컬러풀한 빈티지 자동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 레이블에 색을 입혔다. 색깔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설명이다.

 

 

 

와이너리의 양조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나는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에 등장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피노누아 100%의 순도 높은 샴페인에서, 대중을 위한 빈티지 블랑 드 블랑 시리즈까지. 장 프랑수아가 떠나는 다음 탐험의 목적지는 어디일지 기대해본다.